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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조의라임향  from NBAMania.com

(( 오래전에 개인 홈피에 올린 글인데, 동생이 다시 저에게 보내주었던 글입니다.
    고로, 평어체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

 시대는 변하고, 세태는 요동칠지언정, 여지간해서는 요지부동인 분야가 내게 있으니
바로 "내 남자의 지갑은 두둑해야한다."는 철학이다.
물론 그것에 보조되는 문장은, "두둑한 지갑의 절반은 남자의 힘으로 얻어진 것"이어야 한다는.

난 고등학교 때 연애를 시작하여, 대학을 같은 학교 같은 과를 함께 다니고, 군대를 보내고,
직장을 다니며, 함께 맞벌이를 하다가, 동업을 하면서 혼인을 했다.
학생 때는 그러했다.
같이 용돈 받는 처지이면서도,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어디서 본건 있어서 왠만하면 '남자'가 써야한다는 고정 관념에
나름 세뇌되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 남자의 자존심 살리기 운동!! 으쌰으쌰!!

대학 때, 연애를 하게 되면 알바로 용돈으로 대충 끼워맞춰서 호화롭진 않더라도
최소 남들 하는 연애 행보는 걸어나갈 수 있다.
(난 정말 다행인게, 내가 대학 때는 싸이월드나 디카 따위가 없어서, 사진을 위한 데이트 따위에 집착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남자가 군대를 가고 조금 지나면 그 밸런스는 무너지기도 한다.
물론 남자가 휴가를 나오면 가정에서 넉넉한 용돈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도 여유 있는 가정에서나 이야기지 상병 말호봉-병장 즈음 되면, 최소 생각있는 남자들은 그 때부터 집에서 받는 돈에,
부담을 느끼거나 일종의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
돈 20만원 정도 받아봐야 5박 6일, 6박 7일 풀코스로 달리기엔 소비성향상 다르겠지만 연애중이라면 결코 넉넉치만은 않다.

이 때 여자의 상황은, 대학생이거나 이미 사회전선에 몸을 던진 상태이다.
여기선 사회 전선에 몸을 던진 상황으로 이야기를 하겠다.
병장 말년 즈음 되면, 휴가 나와서 여자들은 함께 지내는 동안 많은 돈을 지불하곤 한다.
그것은 그 동안 '나를 키워 먹인'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고생하다가 나왔는데 해주고픈 당연한 심리의 발로이다.
편지 혹은 전화로 "이게 먹고 싶어" 흘리듯 말하더라도, 꼼꼼한 여자라면 다이어리에 일일히 다 적어둔다.
거기다 둘이 각별한 사이라면, 군대에서 필요한 각종 생필품 (음악 CD부터 샴푸까지)들도
왠만하면 여자 입장에선 다 손수 골라서 챙겨주고만 싶다.
사실 이 때는 선택에 따른 결과이니, 누가 더 부담을 갖고 이런건 문제를 삼을 가치조차 없다.
이왕이면 애인이 해준 것들을 받고 싶은 군화이며, 뭐든 내가 해주고픈 곰신 아니던가?
(나만 그런지 몰라도, 난 이 당시 첫 신랑 어머니와 알게 모르게 암투를 했다!! 누가 먼저 해주나 이런거 말이다 -_-)

남자가 제대하면 보편적으로 복학을 한다.
이 때 즈음이면 여자는 사회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과 사회인의 개념적 갭은 조금씩 벌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경제적 능력에서 갭을 느끼며
남자들은 알게 모르게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존심을 상하기도 한다.
더구나 여자는 이제 단순히 '내가 쓸 용돈'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고정 목적 지출에 눈을 떠가는 한창인 때이다.
적금부터 시작해서, 집안 형편에 따라 생활비를 내놓을 수도 있다.
즉 데이트 비용이 전부를 차지 했던 때와는 매우 달라진 환경에 놓여진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이 전부를 차지 했던 그 때와는 이제 머리 컸다고, 데이트 스케일은 더 커져버렸다.
분식점에서 노닥거리며 즐거워 할 수 있었던 스무살을 벗어나,
이젠 부대찌게 하나 놓고 소주 6병씩 까던 시절이 치가 떨리는 시점인 것이다.
내가 번 돈으로 최소한 쓸 때만큼은 대접받고 싶은 갈망이 넘치는 사회초년생과 뭔가 마음은 둥둥 떠다니는데,
가진 건 없는 복학생의 만남은 진정 불협화음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용돈 주고 (심지어 내 절친은 학비까지 대줬는데도 차였다.) 학교 보낼 때는, 서서히 여자가 느껴갈 때이다.
"내 남자가 돈이 없어서 후배들 술 한잔 못사주는건, 그도 나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라는 걸.
여기서 학생인 남친과의 데이트 비용을 아까워한다거나,
여친이 비용을 대는 것에 대해 전혀 고마움이나 배려가 없다거나 하는 남녀들은 반성 좀 해야한다.

어쨌든 어엿하게 사회인이 되어 최소한 지 밥벌이는 둘 다 할 무렵부터 결혼전까지는,
일명 뿜빠이라는 문화가 알게 모르게 정착되어 굉장히 데이트가 원활한 편이다.
예를 들어 밥을 여자가 사면 술을 남자가 산다거나, 숙박비는 그래도 무조건 남자가 계산을 해준다거나,
여행을 가면 기름값과 숙소 예약은 남자가, 부식비 식사비는 여자가 한다거나 따위 말이다.
요 시점이 가장 '경제적으로' 별다른 부담 없이 만나게되는 시점이지만,
마찰은 어쩌면 극에 달할 시점일 수도 있다.
왜? 결혼을 앞두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 땐 남자도 남자이지만, 여자도 정말 조심해야하는 것이 "함께 즐기고픈만큼 즐기고 결혼자금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남자를 몰아치면 제 얼굴에 침 뱉기다.
남자가 기분 타서, 분위기 타서 "오예~ 주말에 동해가자~"해서 따라갈지언정,
"이거 다녀와서 우린 당분간 진짜 절약해야해!"라는 식의 압박은, 꼭 해줘야만 하는 것이다.

남자의 지갑이 왜 두둑해야하냐고!
그건 내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내가 굶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아니 실제로 난 내 생활비가 모자라서 버덕여도, 내 남자가 출근할 때 최소 술 한잔 살 돈은 항상 지갑은 채워주었다.
그건 내조를 잘했어요!라는 표창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곧 내 자존심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기선 약간의 믿음이 필요한데, 바로 '카드' 사용의 핑계를 애초에 어느 정도 차단하는 것이다.
"내가 채워준 지갑의 그 정도 현금이상으로 술을 퍼마셨다면, 넌 미친거야."라고.
남자의 지갑을 채워줄 땐, 잔소리는 하지 말되, 군소리는 해야할 경우가 있다.
"이거 어디다 쓸꺼야?" 이딴거 묻지 말고, "4일 반찬꺼리다. 자기가 알아서 요령있게 써. 묻지는 않을께. 내 돈 당신 돈 반이야."
돈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확실히 심어줘야만 한다.

결혼하면 문제되는 지출 사항 중에 하나가, 시댁/친정 어디를 향한 것이냐, 로소이다.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출가외인'이 여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댁에 쓰는 빈도수와 액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억울해서는 절대 안되고, 얼마를 썼느니까지 따질 필요는 없지만서도
여자 입장에서 친정에 어느 정도 쓰는데 있어서 눈치를 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입장들 때문에 "내 돈 당신 돈 반이야"라는 공동체 의식은 반드시, 주입 아니 세뇌 시켜야만 한다.
(물론 여기선 맞벌이 부부가 아무래도 여자 입장에선 그 힘을 얻게 된다. 혹은 혼인 때 여자가 돈을 더 들였거나.)

마트 식품 코너에서 식생활필품을 계산 할 때, 포인트 따져가며 징하게 계산하는 건 여자의 "의무이자 미덕"이다.
그것은 남자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한, 여자가 지닌 '싹싹함'의 표본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남자가 '경제권'에 대한 헤게모니를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게
개인적으로는 훨씬 보기 좋아보인다.
가계와 대외적 경제는 분명히 다르니까.
예를 들어 청약 힘겹게 되어서, 분양권 따고 중도금까지 마무리 짓는 과정에 대해서 여자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라고 주주장창 입방아 찧어봤자, "내 남편 능력 없어." 밖에 안된다.
반면에 "야 우리 남편이 이 옷 사는데 어찌나 흥정을 잘하던지 3만원이나 깎았어"는 "내 남편 쫌팽이야." 가 되곤 한다.

쓸 때 쓰는 호탕함과 간지는 남편의 몫이되, 그 쓸 때 쓰는 돈을 절약하는 현명함은 여자의 몫이다.

통학하는, 출근하는 내 남자의 지갑에 만원짜리, 오천원짜리 달랑 한장 있는 것을 보곤
마음이 에린다면, 그 남자 내 남자이다.
내 마음 에린 것과 같이 그 남자 보답으로 미치도록 땀흘리다면, 그게 보답이다.

우리 아낙들이여, 내 지갑 얇다고 남자 구박하지 말고
내 남자 지갑 두터이 하는 날이 되면 내 지갑 두터이 되는거라 믿고, 달리자.
배은 망덕한 놈들은 애시당초 싹이 안보이니, 돈 날려가며 붙들지 말고 가차없이 내려치고,
능력 없되 배은망덕하지 않은 땀을 흘리는 남자들에게, 립스틱 하나 살 돈 이만원 넣어주어보자.
그게 투자다.